탄소예산 기다리다 다 쓰겠네
지난 레터에서 기후특위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 회의록을 다뤘는데 그 안에서 탄소예산 부분이 걸려서 가져왔습니다.
우선 탄소예산에 대한 흐름을 설명하자면 2024년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과학적 근거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만들기 위해 탄소예산의 개념이 중요하게 떠올랐습니다. 탄소예산은 정말 간단하게 표현해서 온실가스의 잔여 총배출량입니다.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있어 위험 수준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까지 배출할 수 있는 양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의미합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25년 환경부(현 기후부)는 중장기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계하기 위해 기후미래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당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보면, 탄소예산은 누적배출량과 공정 분담의 측면에서 논의되긴 했으나 찬반이 갈려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의견의 다양성을 확인한 채 포럼의 분과논의가 종료되고 이후 진전된 논의는 없었습니다.
탄소중립미래상을 논의할 때, 그러니까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이 최소화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안전망 비용 등의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에 차이는 있어도 모두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고 국내 감축경로와 관계없이 글로벌 배출량이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논의를 진행해 피해 비용에 대한 것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그리고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서 탄소예산은 빠지게 되었습니다. 감축목표 설정 시에 과학적이고 정량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안이 제시되었지만 정부는 정의 규정을 신설하거나 감축목표에 추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재법 개정 시한이 다다를 때까지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탄소예산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산업, 사회 위험 평가 같은 데이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로 공론화를 진행하고 2018년 배출량과 2050년 탄소중립 사이를 선으로 그은 선형과 IPCC 기준을 토대로 국가의 목표(2035목표)와 이후 2040년, 2045년 목표와 경로까지가 논의되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36조의 2 제1항의 국립기후과학원(이하 과학원)의 설치에도 탄소예산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제36조는 온실가스 종합정보관리체계의 구축의 항인데 이에 따라 과학적 연구와 데이터를 생산ㆍ관리하기 위한 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제36조의 2입니다. 과학원은 기후부 소속 기관으로. 이곳에서 탄소예산의 연구를 담당하는 것으로 하고 이후 연구 결과에 따라 법에 추가할지는 추후에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탄소예산이 빠진 이유는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용어이며 국내에서 이를 연구한 결과가 없다는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기본적으로 과거에 없었던 현상이라 새롭게 관측하고 연구해야 하는 분야가 굉장히 많습니다. 탄소예산도 그중 하나인데 기후헌법소원이후로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연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한다는 건 다행이지만, 실제로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정책 결정자들이 가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