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특위는 무슨 회의를 했을까?
지난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위에서 의결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당시에는 보도자료만을 확인했는데 그 사이 정보가 더 풀려 오늘은 개정안 심사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개정안은 국회 발의한 개정안과 정부에서 제출한 정부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가장 큰 특이 사항은 정부안에 들어가 있는 단서조항이었습니다. 2035년부터 범위형으로 감축목표를 제시한 것에 더해 2040년에서 2045년의 감축목표를 69%와 84%로 정하는 기존안에 예외 사항이 추가된 것입니다. 정부안을 따르면 예외적인 경제의 영향이나 감축 수단의 확보 수준 등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지점입니다.
기존 범위형이 제시되었을 때 가장 큰 우려는 상한과 하한을 정하더라도 실질적인 목표는 하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실상 이는 우려가 아닌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에는 하한을 적용하기로 하며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단서조항까지 붙으면 하한조차 정하지 않고 그 기준을 더 낮출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기후위기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할 책임을 집니다. 법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법이 기본권을 지킬 최소한의 기준조차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서조항이 포함되면 감축목표의 자율성은 정부로 넘어가게 되며 국회는 국회에 부여된 최소한의 책임조차 다하지 못하게 됩니다.
단서조항에 대한 건을 빌미로 논의를 미루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결국 소위에서 단서조항은 빠지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그러나 범위형으로 지정하고 결국 하한이 목표가 될 우려는 하나도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추가로 단서조항을 빼는 대신 산업계에 대한 R&D 지원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본질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체제 안에서의 타협점을 찾을 뿐, 본질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개정되면 이후 대통령령에 따라 시행법이 정해지게 됩니다. 이번 개정안이 범위형으로 정해졌기에 시행령 또한 범위형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이미 메가프로젝트와 같은 이유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의 일정이 밀린 상황이라 당장 탄소중립기본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시행령은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탄소중립기본법 역시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하진 않습니다.
이제 겨우 한발 나갔는데 그마저도 다시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남은 절차 안에서 개선되길 바랍니다. 공론화까지 진행하며 사회적 합의를 걸고넘어지던 국회가 공론화의 결과조차 무시해 버린 상황에서 얼마나 명분을 잘 챙길지 지켜보도록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