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인프라를 독점한 AI와 반도체
현재 가장 각광받는 산업은 단연 반도체와 AI일 것입니다. 반도체는 신생 산업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AI는 확실히 현대 기술에 의해 등장한 새로운 산업입니다. 덕분에 새롭게 지어지는 산업 시설의 형태는 대부분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입니다. 그리고 이는 곧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도 비춰지고 있습니다.
최근 호남권에 첫 반도체 공장이 신설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지역에 수조 원대의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균형발전의 해답처럼 여겨지는 와중에 최근 이런 산업 전반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많은 물과 전기를 사용합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현대의 산업 전반이 그러합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많은 양의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고압 송전망이 건설되고 농업용수를 끌어오는 등 공적 자원을 소모합니다. 하지만 이런 공적 자원의 소모가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5년 전 대만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반도체 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2021년 4월 대만의 기록적인 가뭄에 TSMC 생산공장이 멈출 수 있다는 걱정에 대만 정부는 농업용수를 반도체 공장으로 돌렸습니다. 농번기에 농업을 포기하고 국가 최우선 산업인 반도체 공장을 살리기로 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워렌 버핏이 소유한 전력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AI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인구 5만 도시인 레이크 타호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 사용으로 탄소배출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AI의 사용 그 자체의 구조를 지적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공공자원을 사용하여 기업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그 결과가 공공의 편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기 공급은 에너지 민영화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기가 공공이 아닌 민간으로 넘어가면 그들은 사람들 삶에 필수적인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민간은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에 전기를 제공하며 결국 시민들은 일상에서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거나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한국의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대만의 사례에서 그 앞날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엄청난 규모의 전기와 물, 그리고 부지를 필요로 합니다. 이중 필수재이자 공공재가 아닌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여기에 더해 정부는 이들 기업에 더 많은 돈과 편익을 제공합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모두에게 공공의 이익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국가 경쟁력이 곧 국민 모두에게로 환원되어 돌아오는 편익일까요?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결국 공공 자원을 소모하여 돌아오는 건 기업의 이익뿐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AI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정부 역시 AI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그 자체로 공익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중립성을 가지지도 않습니다. AI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며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AI를 사용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것은 오로지 AI를 소유한 초국적 기업입니다.
지금까지 산업 대부분 겉으로는 공공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되어 기업의 사적 이익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민영화의 영역만이 아니라 공적 자원을 사용한 모든 곳에서 그러했습니다. 호남권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왔을 때 정말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공성이 지켜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