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헌법소원에 대한 배경을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헌법소원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보통 소송은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기후헌법소원은 소송을 청구하고 진행하는 과정에 꽤 많은 일이 함께했습니다. 법정 안에서 대리인을 세워 변론을 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202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바로 다음 해 2021년 9월 24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됩니다. 기존 청기행이 청구했던 법안을 대신할 법안이 만들어진 것이라 청기행 역시 이에 맞추어 추가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됩니다.
새롭게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에 대한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이며 어떻게 기후위기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상징적인 법안만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기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청기행은 소송뿐만 아니라 기후파업을 비롯한 다양한 캠페인과 행동을 지속했습니다. 국회에 보내는 행운의 편지나 전국 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비상선언, 탈석탄 금고 지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석탄 투자와 건설을 반대하며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병행하거나 국정감사 질의를 준비해 정부와 한전, 민간 회사들이 해외 석탄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끌어냈습니다,
다양한 캠페인이 쌓여 국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 이루어졌습니다. 기후헌법소원의 과정을 이야기하며 캠페인을 항상 언급하는 것은 이런 맥락 없이는 헌법소원의 위헌 결정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든 운동은 한순간의 장면이 아니라 변화의 축적이었습니다.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사회 구조의 문제로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이었습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세상은 단순히 시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소송은 19명의 청구인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권리를 인정받은 결정으로 끝났습니다.
헌법소원은 사법적 기후행동이라고 이름 붙이지만 모든 것은 단절적으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청기행이 헌법소원을 이야기할 때 캠페인의 과정을 항상 언급하는 것은 변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해서 그게 진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헌법소원을 청구했을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 당시 결과에 대해 비관했던 이들의 말대로 흘러갔을 것입니다. 그들의 시선을 모르지 않았기에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행동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헌법소원의 결과를 법정 밖에서의 축적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헌법소원의 결정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