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을 진행하며 사건이 너무 어렵다는 소리를 백만 번쯤 들은 것 같습니다. 기후헌법소원은 청구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보유자인 국민 모두의 일이기에 헌법소원의 과정과 결과 역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신설 코너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말했다>를 소개합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진행했던 기후헌법소원의 과정과 판결,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알아가 보아요.
'의미 있었다'로 끝나서는 안 되니까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은 지금 진행 중인 모든 기후 정책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헌재의 결정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현재 기후위기 대응의 기준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은 국화와 정부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8월 29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2020년 3월이지만 헌법소원이라는 것, 사법의 영역에서 기후행동의 시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미 있었다'로 끝나서는 안 되니까.
헌법소원을 진행하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결심입니다. 당시 환경소송이라는 것은 실제 승소의 의미보다 의미 있는 퍼포먼스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한국에서 환경소송이 승소한 사례가 없기도 했고, 해외의 기후소송 사례는 한국의 경우와는 매우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청기행이 처음 기후소송을 진행하려 했을 때 대부분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는 "승패와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을 것이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후소송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변화가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단지 "청소년들이 기후소송을 했다."는 건 사실 의미조차 없었으니 소송이 가질 수 있는 진짜 의미를 찾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한 변화는 단일 정책이나 사업을 중단하거나 바꾸는 게 아닌 기후위기 대응의 기준이었습니다. 국가 전체의 기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묻고자 했습니다. 이는 기후위기라는 문제가 단순히 환경이나 이해득실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닌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가의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전까지 다양한 단위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했고 그 방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목적은 항상 같았습니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 안전한 세상을 상상하고 설계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고민하는 것이 청기행의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운동은 누군가에게 "해주세요"라는 부탁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하면 좋은 것을 넘어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운동의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하는 행동이 도덕적이나 당위적 요구가 아닌 권리의 영역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단지 '하면 좋은 것'이나, '미래세대를 지켜달라는' 말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이 앞으로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자 한 것이 기후헌법소원의 본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헌법소원 청구 이후 원고적격심사가 통과되고 본 심판에 올라가는 순간 이미 인정된 것이기도 합니다. 기후헌법소원의 주요 요지는 정부가 우리의 권리를 지킬 기후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기에 사건이 성립했다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 그대로 인정받아 마땅한 것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이런 이유로 우리는 헌법소원을 시작하게 되었고 다음 레터에서는 청구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