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헌법소원과 기후위기의 맥락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다듬고, 누구나 쉽게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한 온라인 말풍선 작성 창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글쓰기 키트를 만들고, 함께 쓰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짧든 길든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다양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5,289명의 이야기가 모였습니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재난을 감각하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늘어나는 냉난방비 속에서 에어컨을 켜는 것에 두려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마음은 무엇인지, 정부의 폐쇄적 의사결정을 보며 어떤 무력감을 느끼는지, 혼자서 실천을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현실이 어떠한지,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나의 소중한 사람, 가족, 이웃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어떠한지 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토대로 국가의 기후 대응이 삭제한 삶의 맥락을 드러내고, 이 헌법소원의 위헌 판결을 위한 국민참여의견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진행 중인 헌법소원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법령을 심판하는데, 기존 국가의 감축은 목표 수치만 어떻게든 달성하면 된다는 식으로 설정되었어요. 불확실한 기술로 메꾸거나 현 정부 임기 뒤부터 급격한 감축이 이루어지는 식이었죠. 못 지킬 것 같으니 설정한 목표를 폐기하기도 했고요. 우리는 국민 5,289명의 이야기로 이처럼 ‘감축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국가의 기후 대응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위험하게 만드는지를 이야기했어요.
청기행이 해온 모든 캠페인을 통틀어 가장 길게 고민하고 만든 캠페인이기도 했어요. 1년 넘게 고민해오고 공들여 만든 캠페인이었지만, 실제로 의견서 작업에 돌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일이었어요.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말이 온전히 존재하기를 바라는데, 또 의견서를 읽는 제1청자는 결정을 내리는 헌법재판관이니 그것을 고려해서 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청기행의 성명서와 의견서를 붙이는 방식이었다면 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모인 말들이 수단으로써 이용되지 않길 바랬다 보니 수십 장의 흐름을 썼다가 지우고, 다 쓴 글을 뒤엎는 일을 다섯 번도 넘게 반복했어요. 그리고 끝끝내 의견서를 완성했습니다. 말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무게가 컸고, 이게 만들 수 있는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의 시도가 헌법재판소에 닿았을 때는 분명 다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대단한 영웅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우리의 이야기들이 만들 수 있는 변화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혼자 가지고 있는 말은 사소하고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그게 모였을 때 말이 가지는 힘은 매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는 분명히 더 달라지고, 나아질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언제나 택해왔던 변화를 만드는 방식은 전문성이나 권위가 조건이 되지 않는, 누구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변화에 조건을 걸수록, 변화의 가능성을 좁히니까요. 위계와 차별, 관성을 깨고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로 변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변화만이 우리의 세상을 정말로 바꿀 수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내일의 판결이, 바라던 방향이면 좋겠습니다. 이 판결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면 좋겠어요. 하지만 정말 혹시나, 만약에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온대도 우리는 이번 헌법소원의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다시 나아갈 겁니다. 이전과는 다르리라는 걸 확신해요. 원래 변화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주하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결과를 마주한대도 아직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믿으며, 여전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설 거예요. 그때도 우리의 곁에 기행러가 함께해 주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