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돌아오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여러 일이 겹쳐 복귀가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새롭게 돌아오진 않고 익숙하게 돌아온 기행레터는 이제 여러분의 금요일 한자락에 다시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인권위는 할 일을 했다. 다음은 누구지?

길고 긴 헌법소원의 여정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기본권 침해를 인정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안건이 가결된 것입니다. 헌재에 제출할 최종 결정문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결정 과정은 공개방청이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 청기행의 보오가 다녀왔던 이야기를 레터 팀이 인터뷰해 왔습니다.

우리에게도 단독 보도감이 오는군요. 으하하하하.

☁️ 에디터에서 특파원이 된 보오를 모시겠습니다.

☁️ 어디에 다녀오셨나요?

🐹 2023년 6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제8차 전원위원회의 방청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회의는 기후헌법소원*에 대한 위헌 의견서 제출건**에 대한 회의였습니다.

*지금까지 4건의 기후 헌법소원이 청구되었고, 이 중 3건의 소송에서 청구 진행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건

**제8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과소 설정됨. 따라서 파리 협정이 정한 목표 달성이 어려우며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위헌 확인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음. 헌법소원이 청구된 해당 법과 시행령 조항은 기후변화로 인해 침해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이자,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및 의회유보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우리 헌법에 위반된니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한다는 의결.

☁️ 일단 결과가 궁금합니다.

🐹 총 9명 중 1명 기권, 1명 반대 7명 찬성으로 의견서 제출안이 가결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기후헌법소원에 해당 법인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 시행령의 제3조 제1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것인데 이 부분이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 통과가 되면 끝난 건가요?

🐹 인권위에 문의해 본 결과, 사안이 중요한 만큼 당장 의견서가 헌재에 제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사안이 중요한 만큼 충분한 검토와 내용 보충 후 헌재에 제출되기 때문에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통상 한 달 정도 소요됩니다. 7~8월 정도면 새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나요?

🐹 정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 가운데 기행이네 성명서를 작성하며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기후위기 404로 이어집니다)

인권위의 의결을 환영합니다!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헌법소원을 청구한 날로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변하지 않는 정부 의견과 여전히 배출되는 온실가스. 그리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침묵 속에 두 번의 추가 청구가 이어지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한결같은 입장이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정부는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조치를 취했으며 청구인은 기후위기 피해자가 아니고 정부는 청구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움직일 의무가 없다. (대한민국 정부 - 기후 헌법소원에 대한 피청구인 정부측 의견서 종합)” 

국회를 포함한 다른 정치권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시민은 비논리적이며 현실을 몰라서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리 부정하고 외면해도 기후위기는 명백한 현실이며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관련된 모든 계획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습니다.

“헌법 전문은 추상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현재의 헌법재판소 판례의 체계 아래에서는 (진행중인 기후 헌법소원들은) 각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충상 위원,기권)”

“이미 우리 정부는 노력은 하는 거예요. (정부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나름대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로) 40% 목표를 꼽았는데… 결국 IPCC의 그런 수치 계산이 과연 정확한가…국제인권기구인 IPCC 이게 객관적 자료가 맞는가… (한석훈 위원, 반대)”

이처럼 헌재의 각하를 속단하며 기권한 위원이나 IPCC*의 신뢰성을 의심하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위원 또한 존재했습니다. 헌재는 해당 청구 사안에 위헌성이 있다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고 인권위도 이젠 정부의 대응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헌재가 각하할 것이라는 주장은 마치 헌재가 위헌성이 있어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주장인 것이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입니다. IPCC에는 195개국의 회원 국가가 참여하고 있고 전 세계 과학자가 참여하여 IPCC평가보고서를 발간하여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정책 방향을 제시합니다. IPCC보고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작들이 모여 연구하고 보고서를 발간할 때 각 국 정부 대표의 승인을 통해 발간하기 때문에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수적이라고도 평가 받습니다. 한국 정부는 IPCC 회원국이며, IPCC 보고서등을 채택할 때도 참여했습니다.

또한 IPCC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합의 하에 출간된 보고서의 객관성을 논하자니 대체 어떤 범우주적 시각을 가지고 계신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다행히도 7명의 위원들은 기후위기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인권위는 대체로 이번 의견서 제출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안 자체는 국민의 생명, 안전, 존엄과 같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점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라고 판단하고 … 기후위기는 단순한 재난이나 자연재해가 아니고요. 인간의 활동에서부터 비롯됐고(윤석희 위원,찬성)"

인권위는 기후위기의 과학적 사실과 그 영향이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이해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건 온실가스를 단지 줄여서 해결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를 위험 수준을 줄이고 회복 가능한 선에서 막아야함을 분명히하고,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합니다.

"2030년 이후 탄소 감축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은 세대 간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탄소감축의 부담을 가중시킵니다…대한민국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법제화했던 2010년 당시, 대한민국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였지만, 2018년까지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늘려왔고…대한민국은 2019년부터 탄소 배출량이 일부 감소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2020년 기준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이 7% 감소한 것을 상기하면, 정부의 노력으로 인한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남규선 위원, 찬성)"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 배출량을 단지 감소시킨다가 아니고… 탄소중립기본법의 목적**이 있는데 이에 부합하지 않았고…그런데 그 목표 설정이 이 법을 통과시킬 때도 이미  ipcc 기준으로 볼 때 (2010년 기준으로 하면 ) 29%밖에 안 된다라는 건 알고 있었을 거라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40%를 설정할 때는 그 2018년 기준으로 한 것은 그러니까 탄소 배출에 그니까 최대 절정이었던 게 2018년이었으니까 그걸 기준으로 이렇게 감소량을 계산을 하겠다라고 한 것인데…탄소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거 하고 별반 다르지 않고 ( ??? 위원,찬성)"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의 심각한 영향을 예방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태계과 기후 체계를 보호하며"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세대 간 형평성의 원칙을 첫번째 기본 원칙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법제화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출량을 줄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배출량의 감소는 정부의 노력으로 인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나라는 감축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미래에 조금씩 나눠서 쓰게 될 탄소 배출량을 미리 다 이 시점에 끌어당겨서 우리는 벌써 다 소진하였고…(송두환 위원장, 찬성)"

"ipcc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미 2022년도에 탄소 예산을 다 소진했고, 이미 다 썼다는 거죠…그런데도 저희가 아직까지 이렇게 위임 입법으로 하한선이나 정하고 국회에서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위헌 의견 제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윤석희 위원, 찬성)"

IPCC보고서에 대한 분석 중 이미 2022년에 소진된 탄소예산에 대한 이야기 역시 언급되었습니다. 이미 탄소예산이 전부 소진된 상황에서 위임입법으로 하한선이나 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인권위는 매우 심각성을 표했습니다.

"피해 대응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이미 현대화된 기후위기의 피해에 대한 감소와 회복을 위하여 또 우리 사회의 행동과 지속 그리고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치를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해야 합니다. (석원정 위원, 찬성)"

"이 보고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저는 이 소송을 이 자료를 보면서 최근에 정부가 2023년 4월 11일에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 성장 기본 계획의 문제점을 짚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에 의거하여 수립된 하위 계획이 나왔는데…저는 이 탄소중립기본계획을 파기하고 새로 세워야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이 얘기를 오늘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이유는 정부에게 자의적으로 맡겨져 있는 재량권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나올 수 있는지 어떠한 우려스러운 결과를 나올 수 있는지에 한 예시로 저는 이 기본 계획의 문제점을 볼 수 있다고 봅니다, 헌법 소원이 제기된 이유나 이런 것들이 기본계획만 봐도 이 건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유, 왜 우리 인권위원회가 의견 제출을 할 필요가 있는지가 설명이 되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석원정 위원, 찬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재산권 피해를 넘어 사람들의 생명권, 건강권, 주거권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는 기후위기의 피해에 대한 감소와 회복을 위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기후헌법소원은 국민의 인권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 인권위원회 역시 이에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기후위기가 인권의 위기라고 표현한 건 상당히 오래된 일입니다. 그에 비해 인권위가 기후위기를 인권의 위기로 인정하고 국민 기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에 공식 입장을 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회의에서 대부분이 감축목표가 그래서 몇 퍼센트가 되야하느냐가 아니라 '탄소 예산'에 맞추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설정해야한다는 지적이 자주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숫자 싸움으로 축소되었던 기후대응의 진짜 본질을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지 평가하는 탄소예산을 그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기에 매우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국가 최상위 법입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이라는 건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의 기준점으로 작용합니다. 5년 계획이 아닌 30년, 또는 그 이상의 계획이며 한 정권의 자의적 판단 하나로 모든 걸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지구 온도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안은 2018년도에 제시되었던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내용으로 법률에서 규정하며 정작 중요한 부분은 시행령으로 다 넘겨버렸습니다. 자세한 로드맵도 존재하지 않으며 2030년 이후 계획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감축목표를 맡기기에는 그 결과가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인권위에서도 나왔습니다. 따라서 인권위는 마땅히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위헌 의견을 제출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권위는 헌법소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두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이며 이에 대해 인권위는 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오랫동안 진척이 없던 헌법소원에 이런 새로운 움직임은 그 결과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청기행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판결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을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