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문제에서 "구조"를 맡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 구조는 대체 뭘까요? 늘 하는 얘기지만 생각보다 추상적입니다. 오늘은 이 구조적 문제에서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하는 행위의 대부분이 탄소를 배출합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인간활동에서 탄소배출이 동반된다는 건 탄소를 배출하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생활 반경을 넓혀주는 이동 수단, 노동력을 대신해 주는 기술 등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동력, 에너지를 시작으로 물품이나 서비스 제공 등 산업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죠.
탄소 배출량에 비례하는 이익을 누려왔지만, 이제는 탄소를 배출해서는 안 된다는 제약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남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해왔던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위협하는 제약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는 기후위기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 책임을 부정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튼 것이죠.
탄소를 배출해온 많은 산업은 지금까지 사회에서 경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사회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은 마치 공익을 위한 것처럼 들리니까요. 경제 성장을 통해 몸집을 키운 기업들 덕분에 우리의 생활이 나아졌다. 우리 모두 혜택을 입었기 때문에 이 책임을 기업에 돌리면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입장입니다. 당연하게도 말이 안 되는 주장입니다. 그들이 더 많은 배출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은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문제는 이런 주장을 통해 개인의 변화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기업이나 정부의 “어쩔 수 없다”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변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으니까 나만 살아남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망하자는데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고 싶어도 불가능합니다. 전기를 아껴봤자 발전소는 꺼지지 않습니다. 개인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게 탄소사회입니다. 이게 우리가 말하는 구조의 단면이기도 하죠.
여기서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
재생에너지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PPA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민간 거래가 가능합니다. 민간 발전소를 통한 자체적 전기 생산도 가능하고요. 그런데 이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재생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할 수는 있지만 기후위기 해결로 연결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구조의 변화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자유는 해석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제도 완화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자본에 자유를 보장하는 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일일 뿐입니다. 현재 자본의 우위를 점한 주류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탄소배출을 통해 이익을 얻은 사람들입니다. 세계 상위 10%가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을 배출해왔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말한 구조, 혹은 시스템이란 건 공공의 것을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해온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회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공공의 것조차 개인이 소유하려고 하는 상황인 것이죠. 우리가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은 이런 사적 이익을 전부 공공의 것으로 되찾아 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단지 과학적 현상으로만 이야기하며 환경문제로만 일축해온 시간이 길어 여전히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긴 합니다. 하지만 불평등으로 인해 기후위기가 만들어졌고 기후위기는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할 수 있었던 것도, 기후위기 앞에서 여전히 자신의 이익만 챙길 수 있는 것도 전부 다수를 압도할 수 있는 소수의 거대란 자본권력 덕분이니까요.
우리는 이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성의 영역을 확보하고 민영화된 영역을 재공영화해야 합니다.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꾼다고 해서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현재 공공운수노조에서는 이런 민영화에 대처하기 위해 민영화 금지법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많은 힘이 모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