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대하는 방법🪟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뭄과 폭염 끝에 폭우를 지나 태풍까지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이상 현상들. 원인은 당연하게도 기후위기가 지목됩니다. 뉴스레터를 만들기 위해 기사를 뒤적거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세상에 이슈는 많은데 우리가 전달할 만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치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요)
매일 보는 재난 소식을 들어도, 이 정도면 레터 감이라고 보내준 소식을 읽어도, 판단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레터감인 소식은 뭘까요?
중요한 이야기는 몇 번을 해도 부족하다. 계속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늘 그런 말을 듣는데 솔직히 컨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소리를 계속 들으면 지겨운 게 당연한 거겠죠.
새로운 이야기와 반복되는 이야기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참 어렵습니다. 원래 그런 것일까요.
레터를 만들면서 절대 다루지 않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자연재해입니다. 레터 원고 소재로 제시되는 사고 소식은 많았지만 쓰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다루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그다음의 이야기로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디에는 얼마큼의 피해가 있었고… 이게 다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변하는 게 있을까요? 물론 뉴스 기사로 나오는 건 중요합니다. 재해에 대한 소식은 사회적 관심도에 따라 후속 대처의 질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행레터에서 다루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재난 뉴스를 보면 기후위기가 진짜 내 일상과 가깝게 있구나 실감하게 돼요.”
재난 뉴스를 보면 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딱히 별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 일도 아닌데 걱정하고 슬퍼해봤자 변하는 게 없으니까요. 그냥 “그렇구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냥 “그랬대요”. 하며 넘어갑니다.
기후재난이 잦아지고 많은 기사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내 일처럼 느낀다는 분도 계시고요.
정말로 그런가요?
재난은 여전히 일상과 단절되어 있습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소식에 우리는 기후위기를 한층 더 가깝게 인지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고 “기후위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겠어! 역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해! 최선을 다해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자!” 이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재난의 원인은 기후위기 때문이라며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지만 이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재난은 재난이고 기후위기 대응은 다른 문제입니다. 재난의 피해 소식을 보도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이유입니다.
기후재난을 알리는 건 개인의 각성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진화하는 재난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 안전망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냥 나 혼자 “기후위기 심각하구나.”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고 왜 이런 재난이 일어났는지 고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문제 진단하고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을 요구하는 게 우리가 재난을 거쳐 나아가는 방법일 테니까요.
앞으로도 기행레터가 재난 소식을 뉴스처럼 보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이슈 안에서 우리가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피해의 소식에 무뎌지지 않도록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 던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게 청기행이 기후위기를 대하는 방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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