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진짜로 한번 따져보자✔️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습니다. 기후특위 소위에서 결정된 안 그대로 반영이 되었습니다. 범위형 감축목표에 대해 반대를 표한 의원도 있었지만,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범위형 목표에 대해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한 최선의 안이라고 답했습니다. 제조업 국가의 현실에서 범위형이 최선이었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에서는 항상 현실성이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현실성’이라는 것을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사람 죽는 걸로 눈도 깜박 안 하는 세상이니 권리나 삶과 같은 키워드는 잠시 내려두고 정부와 산업계가 말하는 현실성의 대표 주자, 비용으로만 이야기를 해봅시다. 일단 기후부 장관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주장은 탄소중립부터가 산업계에 무리한 부담이고 온실가스 감축도 오목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1. 온실가스 감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행위인가?
새로운 걸 창조하는 것도 아니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건 불가능한 행위가 아닙니다. 다만 탄소다배출산업의 경우 철강이나 제조업 등은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어려워져서 타격이 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현실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비용 손실이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돈 벌기 힘들어지니까 돈을 계속 벌 수 있게, 지금 하는 산업을 계속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기술이 나올 때까지 유예기간을 얻는 것이 산업계가 말하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실성은 물리적 불가능이 아닌, 그냥 비용 손실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진짜 비용 문제만 따져서 어느 쪽이 현실적인지 한번 볼까요?
기후위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당장 올해만 해도 폭염과 폭우로 인한 피해 복구 비용, 공공시설의 정비 비용 등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기후재난도 예방보다 일어난 이후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큽니다. 그리고 사실 재난은 돈으로 피해 복구를 해도 원상복구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사회적 비용과 더불어 영구적인 손실이 함께 일어납니다. 애초에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서 평균기온이 계속 상승하는 것부터가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 손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영구적 손실은 사실 가치 환산이 어렵습니다.
오늘은 '현실적인' 비용 문제만 보기로 했으니 일자리도 삶도 일단 빼겠습니다. 오직 비용만, 그러니까 재난으로 인해 들어가는 피해 복구 비용만 본다고 할 때 산업계의 부담과 기후위기 위험으로 인한 비용. 어느 쪽이 더 클까요?
당연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아무도 위험에 따른 잠재적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현실성을 따지려면 온실가스 감축량에 비례해서 산업계에 발생하는 손실을 계산하고 기후위기에 따른 잠재적 피해 비용을 모두 산출하여 비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이 지금까지 위기를 초래하며 이익을 취해 온 만큼 과거와 같은 수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맞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국가적 과제인데 출혈이 당연히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많이 해온 산업계가 1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편익을 함께 누려오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래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도 사회가 함께 감당하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현실성을 따져봅시다. 산업계가 손해 보기 싫다고 현실성을 언급하며 감축목표마저 낮췄는데 그럼 선형 경로라도 할 수는 있을까요?
기술개발이 되고 난 이후에 감축? 기술개발 되면 좋긴 한데 현실적으로 당장 상용화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거야말로 현실성이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에 언젠가 찾아올 작은 가능성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재난이고 비용으로만 따져도 이미 충분히 큰 규모입니다.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고 당연히 미리 예방하는 게 그나마 비용이 덜 들 텐데 이걸 두고 현실성이 없다고 하면 우리는 사회적 언어부터 다시 합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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