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이 없는 게 대책💁
대부분의 재난은 사람이 만듭니다. 세상 모든 재난을 막을 수 없더라도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은 전부 사전 예방이 가능했습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이후 정부는 철저한 대응을 하겠다 다짐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기준 집중 호우로 죽거나 실종된 사람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식 집계 기준 46명입니다. 더불어 이번 산사태, 침수가 일어난 곳 대부분이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배수 공사나 차단기 설치 등 이외에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위험 지역이 아니기에 사전 도로 통제 등의 대응은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빠르게 일어나는 재난에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는 둑이 무너져 발생했습니다. 재난의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닌 만큼 다양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재난 대응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집중 호우로 전국에 인명 피해 소식이 쌓여가는 와중에 군산은 인명 피해가 없었습니다. 미리 하수도 시설을 정비하고 군산시 직원의 비상근무 발령, 산사태 우려 지역 사전 점검 등을 통해 인명 피해 없이 재난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난이 끊임없는 자기 계발로 기출 변형을 만들거나 말거나 우리나라는 관심이 없습니다. 재난 문자만 보내면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처럼 문자만 미친 듯이 보냅니다. 대피를 해도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는지 알려주지도 않는 문자는 아침에 울리는 10개의 알람 중 하나만도 못합니다.
어찌어찌 잘 살아남아도 문제는 끝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간 집은 이미 물에 잠겨있습니다. 한 번 침수된 집은 매년 침수 위험에 놓입니다. 도배를 새로 해도 습기가 미처 빠지지 않아 곰팡이가 계속 생깁니다. 피해 지원금으로 복구는 엄두도 못 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도로 정비 사업 등으로는 저지대 침수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강도 높은 재난에도 안전한 주거입니다. 공공주택을 하든 뭘 하든 모두에게 안전한 주거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실성이 없다고요? 그래도 폭우로 주거를 상실해도 해결책 하나 없는 사실보다는 현실적일 겁니다.
기후위기는 많은 문제를 만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다양하고 거대한 변화가 매우 많이 필요합니다. 피해 지원금이나 시설물 설치 예산의 규모와 안전은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쉬운 방법으로 간단하게 해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정부의 변명이며 우리의 외면일 뿐입니다.
혼자 잘 챙긴다고 안전할 수 있을까요? 재해는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는 위험입니다. 내가 아무리 여유가 있고 능력이 있더라도 모든 재난에서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재난에서 안전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탓이 아닙니다. 더 이상 피해에서 개인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잘못은 오직 무능한 정부를 용인하고 방치한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