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교통, 언제까지 공공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버스 요금을 3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후 서울시는 여러 문제 제기를 완전히 묵살한 채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방 역시 열차와 버스가 적자로 인해 노선이 폐지되는 경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적자, 서비스 중단, 이용요금 인상. 왠지 익숙한 키워드같지 않나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한전은 지속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자세한 내용은 기행레터 42호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복지에 수익이 왜 필요할까?”
복지는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사회 기반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으로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장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모두가 공평하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그를 위한 비용은 일반적인 수익 사업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세금 면제를 정책으로 내세우며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공공서비스의 비용을 올린다. 이 모든 과정은 민영화로 가는 아름다운 오솔길입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토대로 운영되는 버스준공영제에 달라붙은 사모펀드의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사모펀드는 금융회사와 대기업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천억 원의 자금을 대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회사가 적자를 내도 그걸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입니다. 전기도 기업의 전기를 한전이 아무리 비싸도 계속 사주니까 적자가 생겨서 그게 시민에게 그대로 부담을 지웠습니다. 애초에 서비스 제공자가 국가가 되어야 하는데 민간기업에 가있으니 공공서비스에서 수익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모펀드는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 인천, 대전의 시내버스 회사를 무더기로 인수하여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걸고 차고지와 같은 자산을 매각했습니다. 또한, 정비 인력과 부품 등을 쥐어짜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그리고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세금으로 채웁니다. 순이익보다 지자체의 재정 지원 비율이 더 높아질 정도로 운영 재정이 나빠져도 기업의 배당금에는 손해가 없으니 버스 회사의 운영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이미 이 자체로도 문제가 정말 너무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의 대처입니다. 준공영제에서 사기업이 이익을 챙기니까 적자가 났습니다. 그럼 당연히 사익 발생을 막아야 하는데 그 대책을 서비스 비용을 올려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합니다.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짓는 공항은 수익성이 없어도 ‘투자’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왜 이런 기초적인 교통 인프라 사업은 ‘적자’로 치부하는 것일까요. 민간 기업이 탐내도록 흑자를 만들면 그 결과는 세금으로 기업에 이익을 안겨주는 것뿐입니다. 복지는 적자여야 합니다. 준공영화를 통해 만들었던 수익구조역시 완전공영화를 통해 완전한 적자 사업, 복지 서비스로 전환해야 합니다.
공공 서비스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입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재난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에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당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선입니다. 그게 누구라도, 개인의 경제력이나 상황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안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것으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기업, 그걸 부추기는 정치. 어렵지만 하나씩 천천히 공공의 것으로 되돌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