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이 어쩌고 어째?

기후위기 대응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가 교육입니다. 교육은 시대의 상을 반영하는 변화의 기반입니다. 환경 교육 역시 기후위기 시대에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2019년 청기행 활동 이후 생태전환교육이 탄생하며 기후위기가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지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기후위기관련 내용이 대부분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오늘은 환경 교육이라고 불리는 기후위기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알아보도록 합시다.

청기행과 환경 교육의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합니다. 글로벌 기후파업의 첫 시작이었던 2019년 3월 15일. 당시 현장에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방문해 인터뷰를 마친 후 사라졌습니다. 청기행은 뉴스 보도를 통해 그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타깃을 교육청으로 정했습니다. 의제에 동의한다면 함께 변화를 만들 기회를 줄 수 있으니까요. 당시 활동가의 대다수가 학생이었던 청기행은 같은 해 5월 24일 서울시 교육청으로 행진합니다. 기후위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과 학생의 사회참여권, 그리고 교육청의 탈석탄 금고 지정이 담긴 서한을 담당 장학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과의 미팅을 통해 전달받은 입장은 “우리는 충분한 교육을 하고 있다.”였습니다. 청소년의 사회참여권이나 탈석탄 금고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는데도 서울시는 자신들의 생태 교육은 충분하다 옹호하며 단지 그걸 학생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끝날 청기행이 아닙니다. 이후 “탈석탄 금고 캠페인”, “응답하라 교육청 캠페인”을 통해 생태전환교육, 기후행동의 체험학습 인정, 채식급식 선택권, 탈석탄 금고 조례 개정 등의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희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청기행이 없었다면 누구도 지금 이 시점에 여기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번 2022 개정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학교 현장에 순차적으로 적용됩니다.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한정된 만큼 앞으로의 교육은 기후대응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지난 8월 29일 공개된 개정교육과정의 시안에는 생태전환교육이 사라졌습니다. 교육기본법 개정에 따라 생태전환교육을 받도록 명시되었지만 교육 과정에는 빠져있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이 매우 미흡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제 좀 제대로 된 교육을 향해 나아가려고 했는데 다시 발목이 잡힌 겁니다. 

어제(29일) “교육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로 국회 긴급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청기행도 이번 토론회에 지정 패널로 참여해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다가오는 10월 8일 공청회를 진행하며 10월 13일까지 온라인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합니다. 앞으로의 방향에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를 교육에서 배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건 단지 추측일 뿐 검증된 이야기는 아니니 주의해주세요.

교육 과정에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인재는 당연히 학생입니다. 디지털 인재. 4차 산업 인재. 교육부는 학생을 인적 자원으로 인식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 구성원은 모두 인적 자원이니 틀린 건 아닙니다. 학생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인재가 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야 합니다. 기후위기 같은 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경쟁력이 없는 것이죠. 인적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후위기를 배제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단순히 환경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교육을 한다면 당연히 환경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죠. 그런데 교육부의 역량이 기후위기라는 문제를 다루기에 부족하다는 가설입니다. (물론 이는 가설보다는 사실에 가깝긴 합니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정치적 문제나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지역 간, 계층 간의 양극화 등 이 모든 이야기를 총론적으로 정의하고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포기하고 아예 기후위기를 삭제한 것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당연히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인류 모두가 똑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것이 아닌 특정 권력 집단에 의해 야기되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상위 20개 기업이 전체 배출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그 책임의 소재가 명확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이 과학적으로 정한 수치보다 한참이나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런 사실에 기반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부처가 정부와 기업을 어떻게 공격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교육은 정치적이어선 안 된다는 이유를 핑계로 이러한 내용을 배제합니다. 이번 교육 과정 역시 책임을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기에 배제한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디지털 인재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여파가 여기까지 닿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번 개정교육과정에서 디지털의 비중이 늘어나고 생태전환과 노동이 사라진 일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한 건지는 몰라도 그 여파가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노동 측면에서도 노동자의 파업을 탄압해온 현 정권의 성향이 반영된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님은 어느 쪽이 가장 가능성 높아 보이시나요? 전부가 진실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