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2기의 출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중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성장법)”에 근거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입니다. 작년, 청기행이 사퇴한 탄중위가 바로 이 탄중위 맞습니다.(https://youth4climateaction.org/y4ca_de) 정권이 바뀌면서 탄중위 또한 새로운 인사 구성이 이루어지는데요, 이번에 선임된 민간위원장은 김상협 제주연구원 원장입니다. 카이스트 초빙교수로도 알려진 김상협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하며 녹색성장(탄소성장) 정책에 기여한 인물입니다. 원전을 사랑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아 원전의 비중을 늘리는 논의를 활발하게 할 것으로 기대받는다고 합니다.

탄중위는 탄소성장법에 따라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을 2023년 3월까지 마련해야 합니다. 앞으로 20년간의 국가 탄소중립을 위한 감축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죠. 이 계획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원 조달 방법 등이 포함됩니다. 

이번 2기 탄중위는 기존 민간 위원의 규모가 70여 명에서 35명으로 절반가량이 줄어듭니다. 더불어 보다 적극적으로 산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에너지·금융·산업 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원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존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비판 원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할 따름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취임 100일 연설에서 20%대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고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하는데 음…. 전문가가 아닌 국민의 관점이 윤석열 정부에 중요한 존재일까요? 

전문성을 따져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분야가 편중되어 있고 전문성의 근거 또한 주관적이니까요. 국민의 의견 수렴 기회 역시 전혀 열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후에 국민 의견 수렴을 언급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 중심의 체제를 꾸리는 게 더 좋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그 말을 들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새로운 싸움의 방법을 찾는 게 시급한 것 같습니다.

🫧우리도 위기가 보여; 923 글로벌 기후파업

9월 기후파업은 언젠가부터 전 세계적으로 큰 기후행동이 되어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기후행동 주간으로 9월을 보냅니다. 이에 한국에서도 많은 환경단체가 9월 기후파업날에 맞춰 앞뒤로 각자의 행동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커진 9월의 행동이 다가오자 청기행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엇을 위해 9월에 사람들을 모으고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히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건 처음 기후행동을 시작할 때부터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우리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9월 기후파업을 진행하는 것일까요?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를 막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행동에서도 “기후위기 해결”은 요구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작게 목표를 쪼개어 왔죠. 모든 캠페인이 그렇습니다. 커다란 목표를 위해 작은 목표를 세우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갑니다. 그렇다면 이번 기후파업으로 이뤄내고자 하는 중간목표는 무엇일까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설정할 목적지는 어디가 될까요?

청기행이 말하는 당사자는 정말로 모든 사람이지만, 사실 청기행은 모든 사람의 당사자성을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기후위기는 아주 많은 사람을 재난으로 끌어들이지만 우리는 그 스펙트럼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니까요. 이건 우리와 기후운동의 한계입니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보통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가 다루지 못하는 영역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청기행은 작년 9월, 탄소중립위원회의 위원직을 사퇴하며 새로운 논의테이블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기후시민의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사용했지만 모든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는 방식을 찾아보자는 호소였습니다. 청기행은 기후위기의 모든 당사자를 대변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각자가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온 9월. 이제는 그 생각의 결론을 내보려고 합니다. 진짜 논의 테이블을 만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후파업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9월 23일 글로벌 기후파업에서 청기행이 설정한 목표는 국가 NDC(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향조정입니다. 1.5도 수준에 맞는 200만 톤 수준의 감축목표와 당사자를 배제하지 않는 감축방법을 요구합니다. 

감축목표는 명확하지만 사실 당사자가 배제되지 않는 감축방법이라는 게 뭔지는 모호합니다. 노동자의 일자리 보장? 지역사회의 전환? 어느 것이든 그게 전부는 아닐뿐더러 청기행은 사실 그 그림을 그리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위기는 너무 다르니까요. 청기행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각자가 보는 위기는 결코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단체에서 공통의 요구를 하는 이유는 변화의 방향이 같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청기행은 1.5도 수준의 감축목표와 당사자를 고려한 감축 방법을 요구할 것입니다. 여기에 모든 당사자가 함께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요구에 동조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위기를 9월 23일, 기후파업의 날에 이야기해주었으면 합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전환의 상을 더욱 선명하게 그릴 수 있도록 각자가 바라보는 위기를 이야기해 주세요.

약자가 되지 않아도,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를 피해 당사자라고 정의하지 않아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우리도 위기가 보여"는 이번 기후파업의 메인 슬로건입니다. 우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정의하고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타인에 의해 대변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체성을 드러내는 슬로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