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2024년 국가 예산안을 포함하여 2027년까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예산안은 9월 국회에 제출되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위에서 감액 또는 증액 심사를 거쳐 12월에 확정됩니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진심이 보인다고 하죠. 이번 예산안을 통해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임기 시작 이후 기후정책의 방향은 일관되게 이어져왔습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 전략 및 제1차 국가계획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하는 대신 최대한 임기 말로 미룬다.
2. CCS 등 신기술이 개발하면 해결할 수 있고 국제 감축분도 사올 것임.
3. 재생에너지 확대 논의는 최소화하자. 
4. 지구 평균온도가 3도 가량 올라간다고 해도 그대로 갈 것.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 역시 이러한 정부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국가 예산 중 2024년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14조 5181억원 정도로 집계되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은 못하지만 어쨌든 기후위기 해결이라고 내놓은 국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에 17조 2414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대도 말입니다. 긴축재정을 이유로 기후예산은 2조 7233억원이 미달된 채 심사 중입니다. 

직접적으로 ‘기후’나 ‘탄소중립’에 해당하진 않지만 기후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예산들도 삭감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긴급 재난대응 연구 예산이 약90%가량 삭감되었습니다. 

8월 발표된 국가 예산안을 확인해보면, 특히 재생에너지및에너지신산업활성화 부문은 4천억 원 가량이 감소하여 예산안 중 가장 큰 삭감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종합적으로 기후위기 관련 지출은 약 3천억, 전체 예산의 7.2%가 줄어든 것입니다.

예산이 줄어들었다면 늘어난 곳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2000억 원 수준의 새로운 항목이 신설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부분은 지난주에 언급했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단지 조성입니다. 금융지원에 1,000억 원, 인프라에 500억 원, 인력 양성에 2,778억 원을 투자했으며 그 외에도 디스플레이 등에 +α를 편성하며는 등 기업들 돈버는 사업에 좋다고 나서서 돈을 퍼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도체클러스터를 명분으로 화석연료 인프라에 계속해서 투자를 감행하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온실가스를 당장 줄이는 것과 기후위기 적응에 가장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화석연료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예상하는 게 두려울 정도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기후파업 이후로 제대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청기행은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습니다. 건강도 좀 챙기고 다음 캠페인도 준비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자주 찾아온 감기와 여러 부상들... 그리고 연휴.

잘 쉬셨나요? 사실 휴재 레터를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바로 다음주가 연휴인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긴 휴재를 맞이했지만 세상은 변함 없이 잘 굴러가고 기후위기는 착실하게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문득 이대로 괜찮은가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는 게 사람인지라 느리더라도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계속 하고는 있으니까 언젠가는 공유할 수 있겠죠?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