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RE100선언과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그룹입니다. 이 현대자동차가 이번에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 건설한다고 합니다. 울산 공장이 연간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력량의 70% 이상을 직접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합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참 좋은 소식인데 걸리는 게 몇 가지 있죠. 하나씩 짚어봅시다. 먼저 열병합발전소는 발전과 난방을 같이 하는 발전소의 한 종류입니다.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 열 중 실제로 사용되는 열은 약 1/3 정도이고 나머지는 버려집니다. 이 버려지는 열을 모아 지역난방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들어 석탄발전소 대신에 이런 열병합 발전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비의 증가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의 총량은 더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해 반기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리고 LNG, 이 액화천연가스는 사실 석탄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름에 천연가스가 들어가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당연하게도 LNG 역시 가스를 태워 발전을 하는 화석연료입니다. 석탄보다는 덜 해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죠. 

일부에서는 그래도 LNG발전소가 석탄에 비해서 탄소를 덜 배출하니 LNG로 먼저 바꾼 후 천천히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주장을 합니다. 이 주장이 최소한 10년 전이라면 들어볼 만했겠지만, 당장 우리는 2030년까지 70%, 2050년까지 전부 탄소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선 최소한 2030년까지 모든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소를 퇴출해야 하는 상황이니 LNG는 적절한 대안은 아니죠.

기업이 이런 발전소를 자체적으로 세우는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SK하이닉스도 이미 이천과 청주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천은 내년부터, 청주는 2040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RE100이라는 게 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전부 전환하는 건데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발전소를 짓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 시점이라면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것이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니까요.

첫 번째 기사를 읽어보면 ‘친환경’ 천연액화가스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결국 현대자동차의 이런 활동은 기후위기보다는 그린워싱을 목적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문제가 많습니다. 기업은 RE100같은 선언으로 이미지를 챙기는데 그런 기업 대부분이 사실은 기후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은 사실 당연한 책임입니다. 그것을 자신들이 앞장서서 노력한다는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무엇보다 선언만 하고 이 현대자동차의 경우처럼 실상은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계획단계라고 하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알기 어렵지만, 이런 대규모의 화석연료 발전시설을 짓는 기업은 더 이상 RE100이나 ESG경영 기업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린워싱의 영원한 단짝 ESG의 인기비결

ESG(이에스지)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재무적인 영역이 아닌 비재무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목표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대중화되며 기업들에 대한 환경적 책임 의식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너도나도 RE100선언과 더불어 ESG선언에 나섰는데요, 하필이면 그린워싱의 코드와도 너무 잘 맞아 속도가 더욱 붙었죠.

2020년 기준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35조 3000억 달러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05조 원 수준, 채권도 132조 원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관심도의 증가로 기업들이 빠르게 ESG경영을 선언하는 건 아닙니다. ESG경영을 소개할 때, 비재무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의 소개나 기사를 찾아보면 이윤과 가치 추구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거든요. 사실상 ESG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이제는 더 많은 재무적 성과를 불러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ESG경영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거나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ESG경영은 그린워싱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죠.

비즈워치포럼에서 그린워싱에 관해 설명했던 이종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테라초이스(TerraChoice)가 정의한 그린워싱의 7가지가지로 그린워싱을 설명했습니다.

①상충 효과 감추기(Hidden Trade-Off) 

친환경적인 일부 속성에만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환경여파를 숨기는 것.

②증거 불충분(No Proof) 

당연하게 증거가 없는데 친환경적이라고 속이는 것. 

③애매모호한 주장(Vagueness) 

문구의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려운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하는 행위

④관련성 없는 주장(Irrelevance) 

친환경적인 제품을 찾을 때 기술적으로는 사실이지만 구별되는 요소가 아닌 점을 진술.

⑥거짓말(Fibbing) 

사실이 아닌 점을 광고

⑦허위 라벨 부착(Worshiping False Labels)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제3자 검증 또는 인증을 가진 제품임을 암시

*7가지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2010년에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린워싱이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LNG발전소만 봐도 바로 찾을 수 있는데요, 어쨌든 탄소를 줄일 수 있으니까 화석연료라 해도 친환경이라며 주장하는 것은 상충 효과 감추기에 해당합니다. 다른 예시로 전기차가 있습니다. 전기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 하지만 결국 생산 과정이나 연료로 쓰이는 전기 역시 탄소를 배출하며 만들어진 에너지입니다. 일부 속성에만 맞추어 전체적인 여파를 숨기는 전형적인 사례이죠. 

하나 더 예를 들어 보자면 ②번인 증거 불충분인데요, 이건 의외로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예전 레터에서 SMR에 대해 여러 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SMR의 경우 이에 대한 많은 주장 중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거의 없다는 걸 대부분 잘 알지 못합니다. 핵 전문가가 그렇다니까 당연히 증거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론만으로 그렇게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이죠.

더불어 친환경 석탄발전소가 있습니다. 석탄발전소 자체가 기후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여기에 친환경을 가져다 붙이는 거죠.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것과 같달까요. 미세먼지 저감장치 등을 달아 대기질을 개선했으니 친환경적이다. 이렇게 주장하는데 당연히 말이 안 되죠.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지적을 하는데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건 4번의 관련성 없는 주장에 해당합니다. 또, ①번의 상충 효과 감추기에도 들어맞죠. 여기에 한술 더 뜨자면 중부발전에서는 환경설비 개선으로 고효율 저탄소 발전소를 구현했다고 해서 친환경 발전소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였습니다. 중부발전의 보령발전본부의 2020년 탄소배출량은 1,890만 톤으로 국내 배출량 8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보다 많다고 합니다. 

ESG는 이런 그린워싱을 통해 쉽게, 그리고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덕분에 요즘에는 이름 좀 들어봤다 하는 기업들은 전부 ESG경영을 하고 있다고 하죠. 좀 슬픈 건 친환경을 가장 먼저 표방하는 기업일수록 기후위기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는 겁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고, 축적한 자본과 기술, 정보의 독점을 바탕으로 ESG를 표방하며 여전히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상, ESG의 인기비결이었습니다.